
레비나스 전집 2권, <말과 침묵>(404쪽)이 출간되었다. 2권부터는 그의 출간된 책들이 묶여나올 줄 알았는데, 출간되지 않은 강연들이 실려나왔다. 레비나스의 강의는 두 권이 이미 출간되어 있다. 하나는 전쟁 직후 장 발이 창간한 Collège philosophique에서 46-47년 강의한 <시간과 타자>이고 다른 하나는 75-76년 솔본느에서 행한 강의 <신, 죽음 그리고 시간>이다. 전집 2권에는 47년에서 64년까지 Collège philosophique에서 행한 강연들이 실려있다. 61년 <전체성과 무한>을 기억한다면, 이 강연들에서 우리는 <전체성과 무한>이 태어나는 과정들을 엿볼 수 있다. 이 강연들의 제목을 보면 어렵지 않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말과 침묵(1948) 가능성들과 기원,(1949) 먹걸이(1950), 가르침(1950), 글쓰기와 말하기(1952), 의지(1955), 분리(1957), 가능성을 넘어서(1959), 그리고 은유(1962).
레비나스 철학의 몇몇 명백한 사실적 진리로부터 나오는 그의 철학의 새로움, 그 당시 프랑스 철학의 흐름 안에서 그의 철학이 가져온 단절은 무엇인가? 그 당시 현상학적 실존 철학을 지배하던 지배적인 개념들이, 특히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 그리고 메를로-퐁티와 사르트르의 지배적인 철학적 개념들이 지각, 사실성, 세계-내-존재였다면, 이에 반해 레비나스의 현상학을 지배하는 일 이 아(il y a), 여기(ici), 자리잡기(hypostase)는 앞선 개념들에 일단의 정지를 가져온다. "일 이 아"에 대한 사유는 우선 우리를 세계 이전에 놓는다. 그런데 이 이전, 표상으로 환원불가능한 이 이전은 세계로 가지 이전, 어둠의 공간으로 그 안에서 주체가 세계 안에 자리잡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자리잡기" 혹은 실체화의 사유는 주체를 "세계-내-존재"로 정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레비나스의 최초의 주체의 존재론적 정립이 일어나는 공간은 세계 안에서가 아니라, "여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레비나스 철학이 전개될 새로운 공간론(topologie)의 토대가, 처음이 세워진다. 레비나스 철학의 최초의 노력이 하이데거적인 철학의 분위기로부터 떠나는 것이었다면, 다시 말해 시간적 탈자로서 실존적 주체의 초월성과 시간의 개념으로부터 떠나고자 한 것이라면, 그가 그 당시에 실존철학의 지평에 가져온 철학적 사유의 새로운 형식은 우리가 <존재로부터 존재자로>에서, <시간과 타자>에서 발견하는 위의 세 개념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로부터 우리는 실존철학의 "실존"이 가진 가능성들이, 그 실존을 장식하던 것들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철학의 새로운 형식이 그 충만한 형식을 취하기 것을 보기 위해서는 물론 <전체성과 무한>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여기 출간된 전집 2권에서 우리는 이러한 충만한 전개들의 앞선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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