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정원

폴 발레리

aurorepark 2011. 1. 14. 15:46

올해 들어 처음 산 책은 발레리 전집이다. 그의 몇 권의 단행본들이 있기는 한데 매번 무엇인가를 찾다보면 또 다른 단행본을 찾아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이 수고를 피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서 전집을 샀다. 늦은 성탄 선물쯤으로 생각하자. 어제 도착했다. 어제는 하던 일이 있어 몇 페이지 읽다가 접었다. 그 <전집I>권 안에는 <철학적 연구>라는 편이 있다. 그 안에는 데카르트에 대한 글들이 있다. 우리가 잘 알듯이 그는 철학자가 아니다. 그는 철학자이고자 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그는 교실에서 배우는 철학과 스콜라철학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데카르트에 대한 몇 편의 글들을 아주 열정적으로 썼다.



Paul_valery "C'est un profond jadis, Jadis jamais assez, "... 다른 곳에서, ..."chercher un souvenir"...라고 노래한 시인의 얼굴. 



"Une vue de Descartes", "데카르트의 전망"의 한 구절에서, "우리는 이런 저런 방식으로 그리고 이어서 결국 그를 생각하는 것이 저항할 수 없이 , 절대적으로 우리를 생각하는 것인 그러한 방식의 사유의 요구와 방법들을 느끼는 데 이르러야 한다. 이것은 가장 아름다운 그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일 것이다"(838)라고 말한다.


이 글의 한 절을 인용하면: "이 입장(je pense, donc je suis)은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나는 어쩌면 아직 아무도 지적하지 않은 어떤 측면에서 이 탁월함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 나는 여기서 많은 위험을 무릅쓸 것이다. 나는 우리가 이것을 다른 시선에서 고려할 수 있으며, 이 간결하고 강력한 한 작가의 인격의 표현은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n'a aucune sans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또한 이 표현은 어떤 아주 위대한 가치 une très grande valeur와 인간 그 자체에게만 아주 고유한  어떤 특성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나는 Cogito ergo sum은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누구도, 적어도 그가 죽음에 사로잡혀 있거나, 아니면 자기가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나는 살아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Je suis,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할 생각이나 필요를 느끼지도, 가질 수도 없다. 그런데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소리를 지르거나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충분하다. 아니다: "je suis 나는 존재한다"는 누구도 가르칠 수 없으며, 어떤 질문에 대해 어떤 지적인 대답을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 말(ce mot)은 여기서 다른 것에 대답한다. 그것에 대해서 조금 후에 설명할 것이다. 게다가 만일 이 말의 부정이 긍정과 그 내용에 있어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이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 만일 "Je suis"가 무엇을 말하든지 간에, "Je ne suis pas"는 우리에게 앞의 것 이상도 이하도 말하지 않는다.// 데카르트 자신은 이것들을 자기로부터 끌어내서 <방법서설>에 정착시킨 10년 후에 이 말들로 다시 돌아가서, 몇몇 난처함을 가지고 이것들을 다시 말하고, 이것들이 삼단논법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그런데 그는 그것들이 그 자체로 알려지는 것, "simplici mentis intuitu 단순한 정신의 직관"(Burman과의 대담)에 의해 알려지는 것을 진술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는 언어와 일어나고 있는 것, 의심의 여지없이 언어 이전과의 땜질점 그 자체(point même de soudure)를 건드린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특별한 방출(émission particulière)을 유발하고 결정한다. 그것은 표상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느낌(sensation)일 수도 혹은 그와 유사한 감성(sensibilité analogue)의 어떤 사건일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우리가 감탄, 감탄사, 욕, 고함, 소망 혹은 저주의 공식들에서 보는 것처럼, 즉각적인 결과로서 산출되는 말(parole), 무의미성(insignifiance), 반사의 가치(valeur d'un réflexe) 등등, 사유는, 이것들이 그 자체로 아무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이것들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들은 살아있는 한 체계의 기대 혹은 그것의 내밀한 방향성의 갑작스런 변형 안에서 순간적인(instantané) 역할을 수행한다. 바로 여기에 Cogito 안에서 내가 본다고 믿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삼단논법도, 문자에 의한 의미작용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반사 행위 혹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행위의 파열(éclat d'un acte), 힘의 분출(un coup de force)이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실존에 대해 의심하는 것을 발명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았다. 만일 코기토가 그의 작품에서, <언술들>에서, <성찰들>에서, <원리들>에서 다시 나타난다면, 그것은 그에게 그의 에고이즘의 본질을 상기시키기 위한 경종으로서이다. 그는 그것을 명석한 나의 주제로서, 이 나의 오만과 나의 존재의 근원들에서 미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각성(réveil)이다. 절대로 철학자는 자신의 사유의 극장 위에 아주 자유롭게 자신을 노출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는다... ; 특히 그가 한 것처럼 <성찰들>을 작성하면서 그는 감탄할 만한 스타일을 형성한다.  그는 자신의 논의의 세세함에서, 내적인 절차에서까지 우리와 교통하고자 하며,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며, 우리를 그와 유사한 것으로, 불확실한 것으로, 이어서 우리가 그를 따른 뒤에, 그리고 전적인 의심 안에서 이 가장 순수한 자아(le plus pur), 가장 덜 개인적인(le moins personnel) 자아와, 우리 안에서 동일한 것이어야 하는 그리고 각자 안에서 보편적인 것이어야 하는(doit être le même en tous, et l'universel en chacun)  자아와 결합한 것처럼, 그처럼 확실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나는 좀 전에 감탄할만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을 읽어보자: "벌집에서 방금 꺼낸 밀랍을 예로 들어보자; 그것은 아직 그것이 가지고 있는 꿀의 부드러움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며, 그것은 아직 그것이 채집되었던 꽃들의 향기의 어떤 것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의 색, 그것의 형상, 그것의 크기는 눈에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단단하다, 그것은 차갑다; 우리가 그것을 만진다. 그리고 당신이 그것을 후려치면, 그것은 어떤 소리를 낸다. 결국 물체를 명백하게 알아차리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여기에, 그런데 내가 말하는 동안, 누군가 그것을 불 가까이 가져가면..." 등등// 이 몇 줄들이 완성되었다. 진술들이 말해야 하는 것과 낯선 어떤 권유도 이 진술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어떤 결과를 끌어내고자 하는 의도도 이 진술들의 강약의 순수성과 이 진술들의 운동의 단순성을 변질시킨지 않는다. 한 마디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없다. 그런데 이 단어들은 정교하게 선택된 것처럼 보인다. 나는 여기서 말과 사유의 적응의 모델을 본다. 그 안에서, 일종의 은밀한 시적인 은총을 가지고 이 작은 단편의 리듬, 수, 잘 측정된 구조를 더 민감하게 만드는 기하학에 속한 동등하고 분리된 방식이 구성된다.//...나로 하여금 코기토로 나아가게 한 것, 그 동기는 데카르트의 모든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사실 독백이다. 여기서 그의 인물과 그의 목소리의 떨림은 스스로 느끼도록 하기(se faire sentir)를 그치지 않는다. 마치 그에게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그에게 아무 것도 가르쳐 줄 수 없는 확실성의 주제가 그런데 그에게  매번 그 안에서 그의 위대한 그림의 최초의 에너지를 매 번 상기시키고 촉발하는 것처럼 말이다."(824-827)


                                                         *


올해는 그와 긴 연애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다. 절대로 쉽게 읽히지 않는 시인과 연애를 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충분히 자극적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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