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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정감성 그리고 절대

미셸 앙리의 한 문장,  "우리에게 도래하고 우리에게 도래한 모든 것이, 일반적으로 우리를 (정감적으로) 촉발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우리 안에 실재가 되는 것은 절대의, 절대 안에, 절대를 통한 정감성 안에서다." (Michel Henry, L'essence de la manifestion (EM), p. 611)   그 안에서 우리가 살고 우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앙리에게 주체의 본질은 견딤, 고통의 견딤이다. 아래 놓여있는 주체는 마치 자기에 못박혀있는 것처럼 자기 자신에 본래적으로 속한다. 마치 자기 자신에 부딛쳐 부서지고 짓이겨질 정도로 자기 자신을 견딘다. 주체의 정감적 본질은 주체에게 피할 수 없이 주어진다. 이렇게 앙리에게  " 감정은 거부될 수 없는 줌le don/선물이다. 감정은..

미셸 앙리 2025.03.23

주저

앙리는 존재하는 것의  현시가 완수되고 현시되는 것에는  두 방식이 있다고 한다. 그 하나는 존재가 자신의 바깥에서, 세계 안에서 스스로 자신의 실재를 상실하는 방식이다. 존재는 빛이고 가시성의 순수한 환경이다. 그 한 가운데에서 사물들은 가시적이 되고 존재자는 현시된다.  존재가 현시되는 그 빛 가운데서 존재자도 자신을 상실한다. 존재자는 태어나는 것이고 죽는 것이다. 그러나 태어나고 죽는 이 운명이 그 자신의 것이 아닌 방식으로, 그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태어나고 죽는 존재자의 운명은 그 이유, 그 잘못을 빛 그 자체 안에서 그리고 그 빛의 기울움 안에서 자신이 나타나는 그 장소의 유한성 안에서 발견한다.  그래서 빛 안에서 움직이고 빛에 의해 밝혀지는 지식은 순수하게 나타나도록 내버려..

미셸 앙리 2025.03.19

역자가 말한다 <스피노자와 그의 친구들>

교수신문 2024년 12월 16일자에 실린 글이다.  역자가 말하다_『스피노자와 그의 친구들』 막심 로베르 지음|박영옥 옮김|555쪽|인간사랑 “우리는 상호적으로 타인의 현자일 뿐”...스스로 현명하지 않아 “인간의 지혜란 그것이 우연히 발생할 수도 있지만,근본적으로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산출된 결과들에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우리를 진정시키거나 우리가 사태를 명확하게 보는 것을 돕기 위해서우주적 정신을 가질 필요는 없다.” 2017년 출간되고 2019년 문고판까지 나온 철학자 막심 로베르의 Le clan Spinoza의 번역 의뢰를 받았을 때, 프랑스 안과 밖에서의 이 책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내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스티븐 내들려 미국 위스콘신대..

모네의 정원 2025.01.03

스피노자와 그의 친구들

책이 나왔다. 오래 걸렸다. 소설이라기에는 너무 철학적이고, 철학이라기에는 너무 소설적이고 역사적인 이 책은 스피노자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다. 이 책이 스피노자와 그의 친구들의 삶과 투쟁을 복원하고자 소설적 형식을 빌렸다고 할지라도, 이 책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허구가 아니라, 모든 문학적 수단을 다 동원해서 오늘날 사라진 한 세계의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탐구다.  이 책은  스피노자 한 사람에 대한 전기가 아니다. 이 책의 제목 가 지시하듯이, 영화 처럼, 스피노자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 간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자유를 위한 그들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다. 철학자는 사막에서 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맑스가 말한 것처럼, 그가 처한 경제 정치적 조건 아래에서 태어나듯이 스피노자의 ..

모네의 정원 2024.10.16

마지막으로 말할 사람(11)

... der Tod ist ein Meister aus Deutschland ... 죽음, 독일에서 온 주인 (Todesfuge, 죽음의 푸가) 죽음. 사유. 브렘에서 있었던 한 연설에서 첼란은 자신의 시적 지향에 대해서, 자신은 한 번도 자신의 시적 지향을 포기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시는 항상 길 위에 있으며, 항상 어떤 것과 관계 속에 있습니다. 항상 어떤 것으로 손을 내밀고, 어떤 것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어디로? 열려있는 어떤 것으로, 누군가가 살고 있을 수도 있는 어떤 것으로, 너에게로, 아마도 우리가 말을 걸 수 있는 너에게로. 말의 근접한 한 실재로. 같은 연설에서 첼란은 아주 소박하고 단순하게 그에게, 그의 가족들에게, 수백만명의 유대인들과 비유대인들에게 죽음ㅡ대답 없는 사건ㅡ을 가져..

블랑쇼 2023.05.11

마지막으로 말할 사람(10)

Augen, weltblind, im Sterbegeklüft: Ich komm, Hartwuchs in Herzen Ich komm (Schneebett in Sprachgitter) 눈들, 세상에 눈먼, 일련의 죽음의 균열 속에서: 나는 온다, 가슴에서 힘들게 자라나는 것 나는 온다. Die Nacht besamt, als könnt es noch ansere geben, nächtiger als diese... (Allerseelen in Sparachgitter) 파종하는 밤, 마치 또 다른 밤이 있는 것처럼, 이보다 더 우두운 밤이 있는 것처럼 매혹되어, 나는, 항상 매혹 아래 기입된, 이 단어들을 읽고 또 읽는다. 깊고 깊은 곳에서, 저 너머의 광산 속에서 (In der Jenseiyts Ka..

블랑쇼 2023.05.10

마지막으로 말할 사람(9)

시적 진술은 파울 첼란에게 항상 아마도 진실과 떨어진 것처럼 희망과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항상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향하는ㅡ, 그것이 희망이 아니라면,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잠긴 후에도, 갑자기 어둠을 밝히는 짧은 문장들에 의해 생각할 무엇인가를 남긴다. 밤은 별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별 하나는 여전히 빛나고 있다. Also stehen noch Tempel. Ein Stern hat wohl noch Licht. Nichts, nichts ist verloren Ho- sanna. (Engführung in Sprachgitter) 그래서 성당들이 여전히 서있다. 하나의 별이 여전히 빛나고 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이 호- 산나 ... das hundert- zün..

블랑쇼 2023.05.08

마지막으로 말할 사람(8)

(Auf dem senkrechten Atemseil, damals, höher als oben, zwischen zwei Schmerzknoten, während der blanke Tatarenmond zu uns hraufkomm, grub ich mich in dich und in dich.) (고통의 두 매듭 사이에 저 위보다 더 높은, 바람에 흔들리는 수직의 동아줄 위에ㅡ 타타르의 하얀 달이 우리에까지 기어오른다. 나는 네 안에, 네안에 나를 묻는다). (Aschengloire재의 영광 in Atemwende) 괄호 안에 이것은 마치 간격이 사유를 보존하는 것처럼 일어난다. 거기서 모든 것이 부족하고, 사유는 여전히 증여, 기억, 공통의 목적이다. (Wäre ich wie du. Wärst d..

블랑쇼 2023.05.05

마지막으로 말할 사람(7)

Die Welt, ein Tausendkristall (Engführung in Sprachgitter) Le monde, cristal multiple 세계, 수많은 수정 Atemkristall (Weggebeizt...in Atemwende) cristal de souffle 숨쉬는 수정 끌림attrait, 추락의 신호.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로 간다. 이 둘의 추락은, 현재 안에서, 심지어 떨어지는 것 안에서 결합한다. Das Schneebett unter uns beiden, das Schneebett. Kristall um Kristall, zeittiefgegittert, wir fallen, wir fallen und fallen. (Schneebett in Sprachgitter..

블랑쇼 2023.04.29

마지막으로 말할 사람(6)

In der Luft, da bleibt seine Wurzel, da, in der Luft. (In der Luft in Die Niemandsrose) 공중에, 거기에 그의 뿌리가 머문다, 거기에, 공중에. wir schaufeln ein Grab in den Lüften da liegt man nicht eng (Todesfuge in Mohn und Gedächtnis)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에 좁게 머물지 않기 위해 draussen bei den andern Welten.(Soviel Gestine in Die Niemandsrose) 저 바깥 다른 세계들 옆에. ... hinaus in Unland und Unzeit... (Und mit dem Buch aus Tarussa in ..

블랑쇼 202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