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왔다. 오래 걸렸다. 소설이라기에는 너무 철학적이고, 철학이라기에는 너무 소설적이고 역사적인 이 책은 스피노자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다. 이 책이 스피노자와 그의 친구들의 삶과 투쟁을 복원하고자 소설적 형식을 빌렸다고 할지라도, 이 책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허구가 아니라, 모든 문학적 수단을 다 동원해서 오늘날 사라진 한 세계의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탐구다. 이 책은 스피노자 한 사람에 대한 전기가 아니다. 이 책의 제목 <Le clan Spinoza>가 지시하듯이, 영화 <시실리안 Le clan des Siciliens>처럼, 스피노자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 간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자유를 위한 그들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다.
철학자는 사막에서 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맑스가 말한 것처럼, 그가 처한 경제 정치적 조건 아래에서 태어나듯이 스피노자의 철학은 암스테르담이라는 자본주의가 막 태어나는 17세기의 유럽의 한 중심과 어떤 다른 유럽의 국가들보다 종교와 정치에서 자유로웠던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스피노자에 대한 모든 신화가 거짓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 그는 유대 공동체에서 추방되어서 홀로 가난 속에서 금욕적인 삶을 살다 죽어간 철학자가 아니다. 우리가 정념의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의 사상은 태어났다. 우리는 이 책 속에서 스피노자의 저작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볼 수 있다. 특히 그의 <에티카>가 어떻게 태어났느지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왜 그의 <에티카>의 형식이 우선 명제를 제시하고 그 뒤에 주석이 달리고 부록이 달렸는지...다만 새로운 형식이라고 생각되었던 그의 책의 구성은 사실 그의 친구들과의 교류의 산물일 뿐이다.
여행을 떠나자. 스피노자의 발걸음을 따라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스페인에서 포루투갈로, 포루투갈에서 프랑스 낭트로, 그리고 낭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암스테르담에서 레인스뷔르흐로, 레인스뷔르흐에서 보르뷔르흐로, 그리고 보르뷔르흐에서 헤이그로...혹은 그의 사유의 발생과 전개를 따라서...이 책은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각자의 관심에 따라서 역사적으로, 문학적으로, 혹은 철학적으로.
<1677년 암스테르담에서 일단의 지식인들, 스피노자의 친구들은 B.d.S.라는 저자의 이름으로 유고집을 출간한다. 이 약자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가? 벤투 드 스피노자Bento de Spinoza.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이 책은 그 당시 유럽의 모든 지식인들 사이의 가슴 뛰는 교환의 산물이며, 유대 공동체와 기독교 공동체 간의 논쟁의 산물이며, 영원한 우정과 심지어 실망한 사랑의 산물이기도 하다.
전적으로 사실과 텍스트에 근거한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이 이야기는 철학자 스피노자의 전기를 근대 이성의 모험에 몸을 던진 자유를 갈망하는 남자들, 여자들의 놀라운 초상화로 변형한다. 10여년의 집단적인 탐구의 결과인 막심 로베르의 이 소설은 세계와 우리가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것을 도와주기를 그치지 않는 한 철학의 탄생과 그 철학의 내기들을 밝힌다. > (원서 책 표지 뒤에 실린 책소개 글이다)
이래에 <역자후기>를 옮겨 놓는다.
이 책은 스피노자라는 한 철학자에 대한 전기가 아니다. 이 책의 제목ㅡ<Le clan Spinoza 스피노자와 그의 친구들>ㅡ이 말하듯이, 이 책은 스피노자를 만든 모든 사람들ㅡ그의 최초의 스승들, 그의 친구들, 그의 마지막 제자들, 그와 편지를 주고받던 사람들ㅡ과, 스피노자와 그들과의 관계의 이야기다. 이념은 고독한 인간 혼자의 산물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교류, 상호작용에서 태어난다는 믿음 하에서, 막심 로베르는 벤투 드 스피노자가 살았던 세계, 오늘날 사라진 한 세계의 진리에 접근하기 위해 모든 문학적 수단을 동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적이기에는 너무 문학적이고, 문학적이라기에는 너무 철학적이고 역사적이다.
키워드처럼 달려있는 이 책의 부제, <암스테르담, 1677: 자유의 발명>은 이 책을 요약한다. 암스테르담은 우선 종교적 박해를 피해 스피노자의 조상들이 도착한 곳이며, 종교적 자유와 관용이 태어나기 위한 경제적 조건으로서 상업의 발전과 막 자본주의가 태어나던 곳이기도 하며, 스피노자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암스테르담은 17세기 유럽의 종교적 위기와 전쟁, 근대 국가의 탄생과 좌절, 지식의 모든 영역에서의 혁명이 일어나던 중심지로 그 한가운데서 근대 이성의 태어나던 곳이다. 1677년은 스피노자가 죽은 해이며, 동시에 살아남은 그의 친구들과 제자들에 의해 B.D.S.라는 이름 아닌 이름으로 그의 유고집이 발간된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삶, 그를 만든 모든 사람들의 삶, 종교적 권위와 정치적 폭력에 대항해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싸운 남자들, 여자들, 역사에서 잊혀진 그러나 눈부신 그 사람들의 모험은 자유의 발명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스티븐 네들러의 탁월한 스피노자 전기(1999)에도 불구하고, 막심 로베르의 책은 탁월하다. 스트븐 네들러에 이어서 이 책은 스피노자의 전기들에서 형성된 신화들을 벗겨낸다. 스피노자는 전체 유대 공동체 내에서 그의 이념 때문에 파문당한 적이 없으며, 스피노자는 렌즈르 깍으면서 생겨를 이은 정직한 장인이 아니었으며. 그는 무신론의 왕자도 아니었다. 더욱이 그의 적들과 후학들이 원한 이미지처럼 스피노자는 영웅도, 성인도, 전적으로 자신의 정념을 통제한 현자도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할 것은 정념의 역동성 안에서 한 인생을 살아낸 인간 스피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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