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후기>
자크 랑시에르 - 근사치의 철학
“1840년 장인들은 철학을 여는 한 질문을 제기했다. 누가 생각할 권리를 가지는가?”
자크 랑시에르의 이 대담집은 30년 간의 대화들ㅡ철학, 문학, 미학, 예술, 영화, 정치, 시사 등에 대한 대화들ㅡ을 모은 그의 반성과 저항의 증거들이다. 자크 랑시에르의 말과 사유는 토론과 대화로부터 자연스럽게 솟아나온 이념들로 자라난다. 그의 생각들은 부서지고, 파편화된 형태를 가지고 우리에게 나타난다. 이렇게 부서지고 흩어진 생각들을 한 체계,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분석의 명시적 체계로 재구성하는 것은 여기서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말의 내기처럼 보인다. "상실도 우리에게 속한다"라는 릴케의 이 말은, 자크 랑시에르가 즐겨쓰는 말로, 문학을 읽는 자신의 방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그가 『프롤레타리아의 밤』을 쓰면서 의식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무의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삶과 글이 엮는 텍스트는 그 텍스트가 잊히고 옮겨지고 변경될 때에만 작동한다." 이것은 랑시에르에게 어림잡아 말하는 한 방식이다. "어림셈은 말하는 존재의 시학적인 조건, 예술의 작업과 연관된다." 그래서 그의 철학은 정확한 값이 없는, 헐렁한 여름 옷 같은 근사치의 철학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작품은 항상 그 작품의 상실이며, 쓰거나 발설된 문장들은 환원불가능한 불투명성을 가진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그는 릴케의 이 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 상실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반대로 우리 삶 그 자체, 사물들 그 자체에 소중한 어떤 것이다. 그래서 한 대담의 제목이며, 동시에 이 대담집의 제목으로 그가 선택한 "피곤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는 두 방식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 책의 길이와 밀도 때문에 지치고 짜증난 사람들은 그 책을 집어던질 수도 있다. 다른 한편, 그들이 읽고 생각한 것들 중의 몇몇은 잘못 이해되고 다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떤 절망도 없으며. 고조된 긴장만이 있을 뿐이다. 바보로 죽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미래에 많은 일들이 있다. 그리고 피곤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
이것이 그의 말과 사유의 방식들이라면, 그의 철학의 이 방식들을 만든 것은 보다 근본적으로 장인들이 던진 한 질문ㅡ"누가 철학할 권리를 가지는가?"ㅡ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이 질문의 정치적인 형태는 누구나의 능력의 표명으로서 민주주의일 것이다. 누구나의 능력의 보편화는 분과, 장르를 가로지르는 그 만의 독특한 횡단의 방법을 설립하고 불편한 엘리트즘에 대한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고 영역들 간의 자유로운 기입이 규칙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랑시에르의 탁월함은 자유로운 이 영역들을 일종의 통제된 자유를 통해 진지한 이론적 탐구를 예술과 정치의 형식들의 표상들 위에서 함께 유지하는 것이다. 그의 글들이 가벼운듯 어려운 것은 바로 이 줄타기의 기술을 잃는 어려움이다. 그래서 그의 글들은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 대담집은 랑시에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ㅡ"바보로 죽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ㅡ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를 읽던 중에 만난 이 책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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