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시에르

랑시에르, 이미지들의 운명

aurorepark 2013. 3. 20. 17:27

라스코의 동굴의 그림에서, 신이 인간을 자신의 이미지를 따라서 창조하면서, 인간에게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을 금지하면서ㅡTu ne feras pour toi ni sculpture ni image de ce qui est dans les cieux en haut, sur la terre en bas, et dans les eaux sous terre(Exode, XX, 4)ㅡ, 플라톤의 동굴에서 시작해서, 지금 실재를 삼켜버릴 듯이, 이미 삼켜버린 범람하는 미디어의 이미지에서, 더 이상 실재를 구분할 수 없는 이미지의 합성에 이르기까지, 이미지는 인간의 삶의 한 가운데 자리한다. 그것이 인간의 삶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인간과 함께했기에 철학자들의 이미지에 대한 사유도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현대의 이미지의 지배를 바라보면서, 아니 그 안에서 살면서 Régis Debray는 <이미지의 삶과 죽음>에서  "여기서(영화에서) 이미지는 빛을 내재한다. 이미지는 스스로 자신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마치 "자신 안에 자기의 근원을 끌어내는 것"처럼, 이미지는 우리에게 자기 원인을 가지고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신 혹은 실체에 대한 스피노자의 정의"와 다르지 않다. 이미지가 빛을 자신 안에 내재화한다는 것, 육화한다는 것incorporé은 이미지를 드러나게 하는, 그것의 표상을 가능하게 하는 빛이 밖이 아니라, 그 자신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더 이상 여기에는 실재와 그림자 사이의 구분도, 긴장도 사라진다. 따라서 이미지는 이제 스스로 드러나다se révèle elle-même. 마치 미셸 앙리가 삶은 이유가 없다고 말하듯이, 이미지는 자신의 이유, 근원을 자신 안에서 끌어낸다se sourçant en soi.

자크 랑시에르는 <이미지들의 운명>에서 이러한 현대의 이미지에 대한 담론을 반성한다: "일단의 운명에 대한 이념, 일단의 이미지의 대한 이념이 어떻게 종말론적인 담론에서 서로 엮이는 지를 반성하면서, 나는 다음과 같이 묻고 싶다: 그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실재는 단순하고 유일한(univoque한 목소리로 말하는) 실재인가? 이미지라는 같은 이름 아래에는 정확히 예술작업 그 자체를 구성하는 이미지의 다양한 기능들이 있지 않은가? 사실 이 다양한 기능들을 문제의 틀 안에서 잘 조정하는 것이 예술의 작업이 아닌가?"

"우리가 이제 더 이상 실재가 없고 이미지만 있다고 말할 때, 반대로 이제 더 이상 이미지는 없고 실재만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 이 두 진술은 대립된 두 진술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는 다른 것 안에서 끝없이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다음과 같이 물어보자. "만일 이미지만 있고 더 이상 이미지의 타자가 없다면, 또 더 이상 이미지의 타자가 없다면, 이미지라는 개념 그 자체는 자신의 내용을 잃어버리고 더 이상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저자들이 더 이상 이미지(l'Image이 경우 이미지는 대문자로 써야한다)는 어떤 타자un Autre로도 반송되지(되돌려보내지지) 않는다고, le Visuel, 보이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만 되돌려 보내진다고(관계한다고) 말한다."

이 단순한 추론은 이미 하나의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정말로 동일자le Même는 타자l'Autre와 대립한다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 위에서 말해진 타자는 더더욱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 타자의 현전과 부재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징후들signes이 있는가? 무엇이 화면 위에 가시적인 것의 형식 안에서 타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을 허락하는가?

다시 레지스의 진술로 돌아가서 말해보면, 그의 진술은 동일자는 동일자고 타자는 타자라는 동어반복tautologie일 뿐이다.  이것은 기술적 속성과 이미지의 미학적 속성을 동일화하면서 생겨난다.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듯이 랑시에르가 토톨로지를 벗어나는 한 방법은 이 두 속성을 분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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