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계 안으로 들어가자."
블랑쇼의 책, <저 너머로의 걸음Le pas au-delà>의 첫 문장,
그런데 어떤 관계?
로 들어가자고
저자는
우리를
독자인 우리를 초대하는가?
♦ 죽음, 우리는 그것에 익숙하지 않다.
ㅡ 첫 번째 단편, 첫 문장(이 관계 안으로 들어가자)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마름모가 있다. 모든 단편들에 마름모가 붙어있는 전체 글에서 보면 첫 문장은 이질적이다. 밖에 존재한다. (이 책은 블랑쇼의 저작에서 단편적인 글쓰기로 이뤄진 최초의 책이다.) 아직 우리, 독자는 저자와 함께 연루될 그 관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 관계의 한 항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죽음"이라는 것만을 예감한다. 계속 읽어보자.
♦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죽음, 우리를 경탄하게 하는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서 혹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친숙하지 않는 것으로서 우리는 그것에 접근한다. 죽음의 사유는 우리가 죽음을 사유하는 것을 도와주지도, 죽음을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제시하지도 않는다. 죽음, 사유, 죽을 때 우리가 생각에서 면제된다면, 생각할 때 우리가 죽을 정도로 그 둘은 아주 가깝다. 모든 사유는 치명적이고, 모든 사유는 최후의 사유일 것이다.
ㅡ 이제 우리는 이 관계 안에 연루된다. 우리가 첫 줄을 읽자마자, 우리는 이미 이 관계 안에 저자와 함께 죽음과 사유, 그 둘의 관계 안으로,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들어간다. 사유와 죽음의 관계는 우선 우리에게 익숙하지도 친근하지 않은 것이라는 진술에 의해 그 관계가 말해진다. 경이로 혹은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혹은 접근하는 죽음에 대한 사유는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사유하는 것을,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는다. 접근할 수 없고, 잡을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죽음과 접근하고, 잡고, 경험하고, 느끼는 사유, 이 이질적인 둘이 아주 가깝다고 저자는 역설적으로 말한다. 이 무관계의 관계는 다만 사유는 치명적이고 모든 사유는 최후의 사유일 것이라는 말로 아주 간략히 표현된다. 어떻게 그렇게 다른, 먼 가능과 불가능, 사유와 죽음은 그렇게 가까울 수 있는가? 우리가 죽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에서 면제된다면,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 불가능한 사유는 죽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시간, 시간. 시간 안에서 완성되지 않는 저 너머로의 걸음은 시간 밖으로, 그런데 비시간적이지 않은, 다만 시간이 떨어지는 그 밖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이 허약한 추락은, 과거의 두려움의 비밀 아래에서 쓰는 것이 우리에게, 우리 밖에 우리에게 허락된다면, 글쓰기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이 "시간 밖의 시간"을 따라서 일어날 것이다.
ㅡ Temps, temps 시간, 시간 이라고 블랑쇼는 쓴다. 마치 시간이 지나가듯이, 혹은 시간의 걸음을 지시하듯이. 저 너머로, 죽음으로 가는 이 걸음, 시간은 시간 안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반대로 그 걸음은, 그 시간은 우리를 시간의 밖으로 이끈다. 그런데 그 밖은 비시간적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다만 그 시간의 밖은 저 너머로 가는 걸음이, 시간이 추락하는 곳일 뿐이다. 그 추락은 허약하다. 허약한 추락, 이 형용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허약한 추락? 그것은 "시간 밖의 시간"을 따라서, 그대로 옮기지만 시간 안의 시간 밖hors du temps dans le temps 을 따라서 일어난다. 이 밖은 우리의 글쓰기가 우리를 유혹하는, 유인하는, 이끄는 곳이다. 결국 글쓰기가 우리를 부르는 곳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은 과거의 걸음들, 과거의 글쓰기들, 과거의 그 두려움의 비밀을 간직하고, 그 아래에서 쓰는 것이 우리에게, 그런데 이미 사라진, 이미 우리 밖에 우리에게 허락되는 한에서 가능할 것이다. 레비나스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le temps passe, 시간은 지나간다. 현재에 머뭄이 없이 지나간다. 글쓰기는 바로 이런 시간의 공간화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ㅡ le Pas, 걸음, 부정, 죽음, 시간,사유
ㅡ 우리? 우리 밖의 우리, 시간 밖의 시간?
ㅡ 글쓰기, 누가 쓰는가? 누가 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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