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의 글쓰기에서 놀라운 것은 그의 초기의 글쓰기들이 후기에서 다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특히 그의 34년의 <탈출에 대하여>의 문장들은 후기에서, 특히 <존재와 다르게>에서 다시 반복된다. 예를 들어 "자기에 못 박혀 있는rivé à soi"이란 표현은 후기에 "자기에 전적으로 몰린acculé à soi"(AE, 164)이란 표현으로 드러난다. 또 후기에 "mal dans sa peau"(AE; 175)와 같은 표현은 전기의 'malaise'에 대한 다른 표현이다. "mal dans sa peau"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피부'라는 모티브는 그의 후기 윤리의 중심적인 모티브를 형성한다. 위의 표현은 'malaise'와 마찬가지로 아주 불편한, 어찌할바를 모르는 상황을 지시한다. 자기에 몰린, 자기성에 못 박힌 나, 자아는 마치 "네소스의 외투la tunique de Nessus de (sa) peau"(AE, 173)가 몸에, 피부에 불같은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말해진다. 그래서 "내 안에 타자"는 마치 "나의 살을 태우는 가시"처럼, "피부에(안에) 타자autre-dans-la-peau"(181)처럼 말해진다. 나의 허약함, 상처받을 수 있음, 타자에 대한 나의 노출은 "살 껍질 버끼기"(84)처럼 드러난다. 피부는 프로이트와 달리 나를 덮고 나를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레비나스에게 피부는 노출의 위험에 처한, 그로인해 타자에 의해 구멍이 뚤릴 수 있는 그런 영역이다. 그로부터 나의 비밀, 나의 내밀성이 누출되고 노출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그런 곳이다. <전체성과 무한>의 타인의 벌거벗음nudité는 <존재와 다르게>에서 나의 벌거벗김dénudation, 산채로 살 껍질을 버키는 벌거벗음, 자아에서 나를 뽑아내는 찢어발김이 된다. 피부의 모티브는 사실 <전체성과 무한>의 '애무'의 과장이다. 애무가 접촉이면서 접촉이 아니듯이, 여기에서 "접근하는 것l'approche과 접근되는 것l'approché 사이의 간격"(144), 불일치가 있다. 줄어들 수 없는 이 간격은 내 안에서 나와 타자 사이의 틈, 거리와 다르지 않다. 이 틈, 이 거리는 사실 레비나스에서 초월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두 번째 윤리는 <시간과 타자>. <전체성과 무한>에서 "접촉 너머"로, 채워지지지 않는 배고품, 파악될 수 없는, 잡을 수 없는 시련으로 말해지는 '애무'와 같은 분석의 길을 따르는 듯이 보인다. 애무의 분석들은 타자의 허약함, 타자의 살의 상처받을 수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내가 애무하는 끊임없이 도망치는 타자의 살, 우리가 파괴할 수 있는 순수성의 허약함, 여성성의 극단적인 허약함을 분석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존재와 다르게>에서 애무는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상처받을 수 있음"을 다루지만, 그것은 더 이상 타자, 타인, 내가 애무하는 나의 연인이 아니라, "나"의 상처받을 수 있음, 나의 허약함이다. 타자의 신체를 애무하면서, 마치 불을 만지듯이 나는 상처를 입고, 그 접촉에서 나의 껍질을 버낀다. 나는 내가 애무하는 이 신체에 의해 갈갈이 찢어진다. "나의 피부를 바치는 데에" 이른다. 사실 이 피부벗김이 애무에, 모든 외적 접촉에 앞선다. 왜냐하면 나는 외적 접촉 이전에 이미 나의 피부 안에 타자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미, 항상 내 안에 구멍을 내고 나를 찢는 그 타자는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Surenchère de tangence", "접촉의 가치상승"이라고 불리는 이 과장의 과장은 마치 경매에서 매번 가격이 올라가듯이 그 강도가 증가한다. 타자의 전-주입에서 구멍뚫기로, 그리고 껍질버끼기로, 출혈로, 상처에서 그로인한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애무의 진실, 모든 타자와의 관계는 그가 자신의 것과 구분하고자 한 바로 그 진술로 돌아간다: l’Autre-en-moi, c’est l’enfer. 내 안의 타자, 그것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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