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재와 다르게 강독

존재와 다르게 혹은 본질을 넘어서: 차례

aurorepark 2009. 8. 2. 15:40

Emmanuel Lévinas : Autrement qu'être ou au-delà de l'essence

(La Haye, Matinus Nijhoff, 1974.)


에마뉘엘 레비나스 : 존재와 다르게 혹은 본질을 넘어서


이 책에 대하여 : 1974년 출판된 이 책은, 전기의 『존재에서 존재자로』(1947) 그리고 중기의 『전체성과 무한』(1961)에 이어서, 그의 대표적인 저작들 중의 하나로, 그의 후기 사유를 대표하는 저서일 뿐만 아니라, ‘존재로부터의 탈출’이라는 그의 최초의 철학적인 동기로부터 출발한 그의 철학 여정의 한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존재로부터의 탈출의 여정을 ‘분리와 회귀라는 방법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이 후기의 저서는 바로 존재로부터 분리된 자아가 그 존재, 자기로 돌아가 그 안에서 다르게 깨어나는/태어나는 자아의 혹은 주체의 자기로의 ‘회귀’의 운동을 기술한다. 분리와 회귀로서의 주체의 운동은 자기로부터 나와서 자기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면, 이것은 다름 아닌 주체의 자기 동일화의 운동 혹은 주체의 자기 개체화의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주체의 탄생과 그 재탄생의 과정에 대한 현상학적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레비나스가 『전체성과 무한』에서 말한 것처럼, 그 책이 목표로 하는 바가 “주체성의 방어”와 “객관성 혹은 세계로서의 현상학적인 초월성과는 다른 초월성”을 설립하는 것이었다면, ‘분리’와 ‘회귀’는 이 두 목표를 실현하는 그의 방법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존재로부터 나와서 존재와 다르게 그 존재의 본질을 넘어서 가는 존재의 자기 운동으로서의 분리와 회귀는 존재론적인 기획에서 윤리적인 기획으로의 전향을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해, 동일자의 철학에서 타자의 철학에로의 전향을 그 목표로 한다. 이 기획의 전향은 레비나스에게 주체의 주체성의 확립과 혼동된다. 이런 맥락에서 레비나스는 자신의 책에 대해서 『윤리와 무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이 책에서 나는 책임성을 주체성의 본질적이고 다른 것에 우선하는 그리고 근본적인 주체의 구조로서 기술하는데, 그것은 이 글에서 주체성이 윤리적인 용어를 통해서 기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드러나는 윤리는 예비적인 실존의 기반에 덧붙여지는 어떤 것이 아니라, 반대로 주체적인 것의 매듭 자체가 얽히는 것은 책임성으로부터 이해된 윤리 안에서이다. (...) 인간의 인간성 - 진정한 삶 - 은 부재한다.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존재 안의 인간성, 근원적인 경계심 또는 깨어남 안에서 인간의 심성의, 주체적인 것의 관통, 이것은 다름 아닌 존재가 자신의 존재 조건을 스스로 해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탈-존재사건 le dés-intéressement. 이것은 바로 이 책의 제목 - 존재와 다르게 - 을 의미한다. (...) 인간임, 그것은 마치 우리들 각자가 다른 존재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세 편 육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전개될 주제에 대한 요약적인 논의, 즉 논제 l'argument(1장), 그리고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제에 대한 상세한 논의, 즉 전개 l'exposition(2-5장), 그리고 마지막 몇 쪽은 지금까지 쓴 것에 대해 달리 말하기, 즉 다시 말해서 Autrement dit(6장)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 실린 번역은 1장 <논제>의 완역이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의 글쓰기는 동사가 없는, 명사와 명사구들을 쉽표와 ‘-’ 로 연결한 말들의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문장의 존재동사(être)가 가지는 존재론적 의미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 “‘존재하다’라는 동사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켜 있는 우리의 언어는 신들보다 더 강한 박탈할 수 없는 왕권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왕권자체의 상징인 것처럼 보인다. 이럴 경우에, 더 이상 지상을 하늘로 잡아당기는 천상의 세계로의 인위적 초월성과 다른 초월성은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본문 1° 존재의 타자 중에서) - 이런 의도를 우리말 번역으로 살리기는 쉽지 않다. 가능한 그의 글쓰기 방식을 존중하면서 변역하려고 애를 썼다. 시를 읽듯이 읽어야 하는 이 책은 참으로 지난하고 참으로 아름다운 책이다.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아래),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워진다. <논제 l'argument> <전개 l'exposition*> <다시 말해서 autrement dit>. <논제>는 이 책에서 가장 읽기 힘든 부분이다. 읽기 힘들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말로 옮기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다음에 이어지는 <전개>에 앞서서 전개할 주제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요약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레비나스의 글쓰기의 선택에서 유래하기도 하다. 존재론적인 언어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레비나스는 최소한의 동사를 자제하고 거의 명사들의 나열을 쉼표와 ' - -' , ': '혹은 ';'을 사용해서 단어들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가 리듬이 가지는 주술적인 작용을 막기 위해 글의 리듬을 의도적으로 단절시키고 분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단어들이 음표라면, 그의 말들은 들으면서 리듬을 찾을 수 없어 듣기 힘든 현대음악과 비슷하다. 그의 글 자체는 그의 리듬론 그 자체이다. <존재와 다르게>의 깨진, 부서진 리듬. 소설가 이인성이 이런 시도를 한적이 있다. 그의 소설은 바로 소설이 주는 모든 리듬과 질서를 깨고 마침표 없이 쉼표들의 연결된 단어들의 긴 연결일 뿐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쓰여지지 않은 동사를 의미에 맡게 집어 넣어서 깨어진 리들에 리듬을 부여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의 의도를 존중해서 그의 단어들의 깨진 리듬을 존중해야 하는지 결정해야만 했다. 그것은 번역자의 결정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정말로 의미전달이 안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능한 쓰여진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이 논제는 잘 읽히는 소설책 읽듯이 읽을 수 없다. 한 문자, 한 구절, 한 단어 단어에서 오래 머물면서 뒤집고 다시 읽으면서 읽어야 읽힌다. 여기에 <논제>의 전역을 올린다.


*레비나스가 여기에 "exposition"이라는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는데 망설임이 많았다. 이 말은 우선 '보여줌', 무소르니스키의 '전람회'처럼 그림들 앞을 하나하나 선책하면서 그 그림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레비나스에게 또 다른 보다 본질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주체의 타자에의 노출 exposition", 다시 말해  마치 우리가 뜨거운 볕 아래 아무것으로도 가리지 않고 자신을 노출하는 것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가림이 없이 남김없이 노출하는 것, 열어보이는 것, 그 과정에 대한 진술이기 때문이다. 이 글이 철학적인 전시일 때, 또한 그것이 타자에의 노출일 때, 나는 어디에다 이 말을 정지시켜야 할 지를 몰랐다. 이것이 한권의 '책'임을 고려해서 <전개>라는 말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에 <노출>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전개>라고 옮기고도 못내 <노출>을 고수못한 나의 조심성이 안타깝다.  


불어책은 거의 차례가 책 마지막에 붙어있다.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아직도 알 수 없다. 이 책을 열면 첫 페이지에 불어와 히브리어로 <헌사>가 붙어 있으며, 이어지는 페이지에는 <머리인용문> (exergue)이 붙어있다. 여기 옮긴다.   

                                                 



Emmanuel Lévinas : Autrement qu'être ou au-delà de l'essence

(La Haye, Matinus Nijhoff, 1974.)


에마뉘엘 레비나스 : 존재와 다르게 혹은 본질을 넘어서



유대인에 대한 미움, 그리고 타인에 대한 같은 미움으로 인한 모든 희생자들, 종교적 믿음 때문에, 그리고 어떤 민족에 속했다는 이유 때문에 희생당한 무수한 사람들과 더불어, 국가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당한 6백만 명, 그들 가운데 내 가까이 머물었던 이들을 기억하면서.

                                                                                   ***


바로 살던 사람도 그 바른 길을 버리고 그릇된 길에 들어서면, 나는 그 앞에 올무를 놓아 잡으리라. 네가 깨우쳐 주지 않아서 그 때문에 바로 산 보람도 없이 그가 제 죄로 죽게 된다면, 너는 내 앞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에제키엘 3, 20)



말씀하셨다. “너는 예루살렘 시내를 돌아다니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발칙한 짓을 역겨워하여 탄식하며 우는 사람들의 이마에 표를 해주어라.”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내가 듣는 데서 이렇게 이르셨다. “너희는 저 사람 들 뒤를 따라 도시 안을 돌아다니며 마구 쳐라. 가엾게 여기지도 말고 불쌍하게 보지도 말아라. 노인도, 장정도, 처녀도, 어린이도, 부인도 죽여 없애라. 우선 성소에서부터 시작하여라.” (에제키엘, 9, 4-6)



현자들은 말한다 : “탈무드 사바 55 a에서 가르치듯이, “성소에서부터 시작해라”로 읽지 말고 “나를 그 안에서 섬기는 이들에서부터 시작해라”라고 읽어라.” (에제키엘에 대한 하시의 주석)



“... 여기가 좋은 볕 아래 내 자리이다.” 이것은 모든 땅의 찬탈의 이미지이며, 그 시작이다.

“...우리는 현세의 쾌락을 가능한 대중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사용했다. 그런데 그것은 가식일 뿐이며, 자선의 거짓된 이미지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 깊은 곳에는 미움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파스칼 『팡세』)




차례


예비적인 주


논제


1장 본질과 탈-존재사건


1° 존재의 타자

2° 존재와 존재사건 

3° 말하기와 말해진 것

4° 주체성

5° 타인에 대한 책임

6° 본질과 의미

7° 감성

8° 존재와 존재를 넘어서

9° 주체성은 본질의 한 양태가 아니다 

10° 여정


전개


2장 지향성에서 느낌으로


1° 문제제기와 타인에 대한 존중 

2° 문제제기와 존재 - 시간과 회상

3° 시간과 담화 

a) 감성적 체험

b) 언어

c) 말해진 것과 말하기

d) 존재와 존재자의 구분의 모호성

e) 환원


4° 말하기와 주체성  

a) 말해진 것 없이 말하기

b) 타자에 대한 열림으로서의 말하기

c) 자기에도 불구하고

d) 인내, 신체성, 감성(90)

e) 하나

f) 주체성과 인간주의


3장 감성과 근접성


1° 감성과 인식 

2° 감성과 의미

3° 감성과 마음의 운동 

4° 향유

5° 상처받기 쉬움과 접촉 

6° 근접성 

a) 근접성과 공간

b) 근접성과 주체성

c) 근접성과 도착

d) 현상과 얼굴

e) 근접성과 무한

f) 의미와 실존


4장 대신함


1° 원리와 원리 없음 

2° 회귀 

3° 자기

4° 대신함

5° 소통 

6° “유한한 자유”


5장 주체성과 무한


1° 의미와 객관적인 관계

a) 존재에 함몰된 주체

b) 체계에 봉사하는 주체

c) 말해진 것에 함몰된 말하는 주체

d) 존재에 함몰되지 않은 책임의 주체

e) 다른 하나를 위한 하나는 연루가 아니다


2° 무한의 영광 

a) 영감 b) 영감과 증언

c) 솔직성과 무한의 영광

d) 증언과 계시


3° 말하기에서 말해진 것으로 혹은 욕망의 지혜

4° 의미와 있음 

5° 회의주의와 이성 


다시 말해서


6장 밖으로